2023 남원춘향마라톤대회
대회 날이었어요,
날씨가 영하 기온에 바람이 매섭네요, 제가 사는 곳에서 경기장까지 1시간 반 정도 걸려서 새벽일찍 차를 가지고 출발했습니다. 대회장에 일찍 도착해서 여유있게 주차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차문을 열고 밖에 가서 보니 '어므나... 추워........ '
그래서 경기장을 한 번 슥- 둘러보고 다시 차로 돌아옵니다. 이런 날 풀을 신청한 게 잘한짓이려나... 해가 떠오르면 좀 나아질까.. 하면서 주섬주섬 오늘의 대회화 '나이키알파플라이2' 를 신어봅니다. 발가락이 추워지면 감각이 없어져서 특별히 메리노 울양말과 앞에 테이핑도 해주었어요. RXL 메리노울양말과 발가락양말, RXL메리노울장갑을 모두 마라톤 TV 정두식아저씨에게 구매했는데요,
겨울철 달리기의 기초에요. 특히 저처럼 말초신경이 약하다거나, 손발끝이 찬 분들은 꼭 보온에 신경써 주세요. 저는 발톱이 죽어버리더라고요.. 저는 장갑도 2겹을 꼈고, 긴팔 긴레깅스로 대회복을 선택했습니다. 대회 시작은 9시였는데요, 저는 여유있게 대회장에는 7시 반 즘 도착했고 선배들도 하나 둘 오셔서 함께 준비운동 하고 몸풀겸 트랙을 두어바퀴 달려주었어요.
SRT 러닝크루, 혼자가 아닌 사람들과 함께이기에
아마 이렇게 추운 겨울 새벽에 이불의 유혹을 뿌리치고 이런 운동장 한바닥에 나와서 경기를 하는 건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좋아하는 게 있다는 건 참 감사한 일 같아요. 제 상태를 아는 선배님은 저에게 애정가득한 영양제를 쥐어주시며,
"너무 무리하지말고, 살살뛰어."
"네~~언니"
그리고 대회 초반 추우니 우비를 챙겨입으라고 옷을 챙겨주고, 따뜻한 차와 바나나, 그리고 함께 몸을 푸는 사람들이 있어서 러닝크루가 있다는 건 달리기 전에 사랑을 듬뿍받고 대회에 나가는 것 같아요. 주로에서도 서로 마주치면 응원을 해주고요. 마라톤을 하다보면 외로운 순간들이 있더라도, 함께의 힘이 분명 있습니다.
사실 아직 부상회복중에 있는 상태였어서 풀을 신청해놓고 뛸 수 있을까.. 했어요. 그래서 욕심내지 많고 몸이 허락하는 만큼만 뛰어보자, 했지요. 처음 출발 느낌은 아주 좋았습니다. 몸도 가볍고 달리는데 큰 무리없이 하프지점까지 갔던 것 같아요. 그 즘부터 허리에 부담이 오기 시작하고 다리에서 쥐가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급수대마다 멈춰서서 천천히 충분한 양의 물을 마셔주었고 계속 달렸어요. '서두르지말자... 서두르지 말자... ' 하면서요.
대회 영상을 촬영해봤는데요, 관심있는 분들 한 번 보셔요. :)
10km 지점에서의 하프 반환점에서는 살짝 고민도 했지만, 그래도 지나치고 가봅니다. 지방대회여서 풀을 뛰는 사람 수가 많지 않았어서 하프반환지점이 지나자 주자들이 길에서 거의 보이지 않아요. 그리고 신기했던 건, 정말 걷는 사람이 없더라고요. 저도 걷고싶은 마음이 조금씩 올라왔지만 천천히라도 뛰면서 걷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심박은 충분한데 허리와 다리 통증이 있으니 속도가 하염없이 늦어졌습니다. 이런 날도 있는거지, 오늘은 완주를 목표로 하는거야.. 하면서 저를 달래며 달렸습니다.
중간에 급수대에서 뒤에 오시던 분이 제가 많이 힘들어보였는지 식염 2알을 주시면서 많이 도움될거라고 하시고 가셨어요. 이렇게 길위에서 또 은혜를 입습니다. 인천 미추홀마라톤 분 같았는데, 정말 감사했어요. 식염을 먹고 조금 더 힘을 내 보았습니다. 그렇게 달리는데 4시간 페메그룹분들이 나타났어요.
"천천히 붙어 따라와요~~"
"네~~"
조용히 페메그룹을 따라가 봅니다. 하지만 다리에서 계속 쥐가 올라오는 거에요, 그렇게 그 분들도 보내드리고 천천히 달려봅니다. 몇 분이 저를 제치고 지나가요. 제 허리는 계속 아파오고 마지막 5키로가 정말 줄어들지 않더라고요, 보통 지방 대회들은 42.195보다 살짝 짧게 거리를 잡아주시던데, 이번에는 칼각 42.195였어요. 그렇게 피니시지점에 들어옵니다. 빨리 뛰지 않아서인지 컨디션은 생각보다 괜찮았어요. 쓰러질 지경도 아니었고 봤던 풍경들도 모두 기억에 남아요.
4시간 30분이 지나서 들어오는데 스탭분이 저를 잡습니다.
"축하드려요, 입상하셨어요."
"네..? 저요? 그럴리가...."
아마 30대 여자주자가 없었나 봅니다. 아주 황당하게 이렇게 1등 트로피를 받게되었어요. 대회장에서 마이크로 제 이름이 불립니다. ㅎㅎㅎ 그저 웃음이 났어요. 요즘 부상으로 한참 쳐져있었는데 달리기 포기하지 말라고 신이 주신 선물같아요. 감사한 하루 였습니다.
천천히 달려서 그런지 약간의 뭉근한 근육통은 있지만, 다음날 아침 컨디션도 아주 좋아요. 무엇보다 정말 오랜만에 잠을 푹 잤습니다. 잘 잔 잠이 이렇게 개운한 컨디션을 만들어주나봅니다. 그래서 가볍게 몸을 풀어주었어요.
어제 달리기 기록이고요, 430을 넘기고 연대1위 한 썰... 로 남을 것 같네요.
이것도 추억이 되겠지요.
남원에서 달리기 마치고 간단히 샤워하고 집에 오니 저녁즘이 되었네요. 오랜만에 즐거운 풀코스 대회였습니다.
겨울에 바깥에 나가기가 힘든 분들, 그래도 나가서 달려보면 지금이 가장 운동하기에 좋은 날씨인 것을 느끼실 거에요. 숨이 잘 쉬어져서 달리기에는 아주 좋은 날씨입니다. 영상 1-10도 정도라면요. 보온 잘 하시고 겨울 러닝한 번 해보세요!
건강한 달리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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