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무심천 마라톤 후기
어제였지요,
저에게는 동아마라톤 전에 풀코스 경험이 없어서 경험삼아 달려보고자 등록했던 대회이기도 했어요.
그런데,,, 왜 항상 이런 시련이 오는 걸까요.
일기예보에는 흐린 상태였는데 새벽일찍 집을 나와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청주에 다가갈수록 비가 오기시작해요. 한방울 두방울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곧 와이퍼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아... 어쩌지...." 망했..
기온은 영상인데 제가 제일 좋아하지 않는 류의 날씨에요. 으슬으슬한... 그 뭔가 찜질방에서 몸이나 지지면 딱 좋을 것 같은.. 이런 날 밖에 있으면 몸살걸리기 딱 좋을 것 같은....
거기다.. 몸 컨디션이 그렇게 좋지 못했어요. 심리적인 것일수도 있지만 하필... 전날 생리가 터지는 바람에 깊은 고민이... 일단 집결지에 도착해서 차에 앉아 집을 나오며 들고온 텀블러에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생각하죠...
'집에갈까........ 집에 가고싶네... 집에 갈까....... 갈까... 갈까..... '
수백번을 넘게 고민한 것 같아요. 하늘을 보아하니 비가 금새 그칠 것 같지도 않고요..
창밖에 손을 내밀어보니... 바람도... 차고요...
흐.... 어쩌나...
차들은 계속 몰려오고
나는 집에 가고 싶고...
그래도 왔으니, 일단 내려가서 팀에 얼굴이라도 비추자.. 싶어요.
시작도 하기 전에 이미 전투력이 거의 마이너스 30정도인 상태라... 풀은 완주도 힘들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버스... 보이시나요... 저 빨간 버스는 세상에.. 삼척에서 왔네요 ㅎㅎ
멀리서 출발하신 분들은 새벽에 얼마나 더 바쁘셨을까... 그런데 그 분들 얼굴에 웃음이 넘쳐요 ㅎ
신기해요. 날씨가 어떻든, 강한 사람들이다 정말... ㅎ
내려와보니 이미 많은 분들이 계시네요 ㅎ
험한 날씨에도 ㅎ 역시 열정들이 대단한 분들입니다.
그래도 어찌어찌 내려와 러닝팀분들과 몸을 풀어봅니다. 제 오른쪽 분이 저희 러닝팀 고문님인데, 첫 오프 대회라 어리버리한 저를 위해 칩이 들어있는 태그도 운동화에 장착해주시고요... ㅎ
스트레칭 시이작! ㅎ 팀과함께 에너지를 받아봅니다. ㅎ
저는 추워서... 우비를 뒤집어 써 보아요.. ㅋ
이렇게 단체 사진도 남기고요..
날씨에도 개의치 않고 밝은 표정인 분들.. 보이시죠 ㅎㅎ
저 단체사진을 찍고 어쩌다 조깅 1킬로만 하자고 해서 몸을 풀어보았습니다.. 조깅안해도 42킬로는 힘든 거리인데... 어찌하다 그냥 같이 뛰어요.. 500m 가면 턴 할줄 알았는데 한 ㅎ 750m는 가서 턴하네요? ㅎㅎ 제 때 빠지지 못한 제 불찰로... 1.5키로 강제 조깅을 당하고요 ㅎㅎ
배번표도 배에 붙이고.. 결국...
달려보기로 하죠.. 그래도 잘 이끌어주시는 선배님들이 계시니 ㅎ 믿고 가봅니다.
미리 말씀드렸어요..
"제가 컨디션이 그리 좋지 않아서... 가보는 데 까지는 열심히 따라가 볼게요! "
"할 수 있어! 초반 오버페이스만 피하면 돼! 괜찮아 우리 540으로 뛸거야"
540..? 그래.. 뭐.... ㅎ 천천히 따라가보자... 540이라던 분들은... 아래 기록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530을 유지하십니다 처음부터 쭉~~끝까지 ㅎㅎㅎ 아하하하...... 근데 또 같이 뛰는 에너지가 있어서 그런지 뛰어졌어요..
선배님들 틈 사이에서 열심히 달리고 있어요.
이렇게 달리고 달리다가...
하프 지점이 넘어가고.. 25킬로 지점이 오니 점점 다리가 무거워졌어요.
그리고 조용히 선배님들을 보내드리고 혼자만의 레이스가 시작되었지요...
LSD 훈련이 30km 가 최대였던지라.. 저도 그 이후는 장담할 수 없었어요.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30km 지점이 넘어가자
걷다 뛰다를 반복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제 훈련 부족이었겠지요... ㅎ 걷지는 말자 천천히라도 끝까지 뛰자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다리가 제 말을 듣지 않아요. 그리고 이제는 저 뿐만 아니라 옆에서 달리시는 분들도 쥐가나서 서계시는 분, 걷는 분이 속출합니다. 일면식 한 번 없는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서로의 상태를 너무 잘 알기에 크게 화이팅을 외쳐주십니다.
저도 화이팅!!으로 답하지만 저를 위한 화이팅이기도 했습니다. 힘내자 할 수 있다... ㅎ
그렇게 중간중간 급수대에서 콜라도 마시고 게토레이도 먹고 에너지젤도 먹고...
힘을내어서 가봅니다.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ㅎ 그저... 끝이 있겠지......... 라는 일념 뿐...
어떻게 살아볼까요
한...참을 달려 공식기록 저는 4시간 11분 52초에 들어왔습니다.
페이스도 기록용으로 남겨봅니다.
처음 5키로는 정말 천천히 달리려 했는데 선배님들 기차에 잘못올라탔네요 ㅎㅎ
처음 그래도 하프까지 잘 이끌어주신 덕에 막판에 걷뛰를 했지만 최종 기록은 제예상보다 좋아요 :)
웃고는 있지만 ㅎㅎ 바람이 5m/s ~ 6m/s 로 북서풍이 부는 바람에 순풍이 없었어요. 순방향도 옆에서 바람싸대기.. 역방향도.. 옆에서 바람싸대기.. ㅠ 그러다 바람이 잠잠해지면 감사한 마음이 들고요.. 12시가 넘어가자 해도 비추기 시작하네요... 추위를 많이 타는 저에겐 정말 다행이었어요...
웃는게 웃는게 아닌... 그저 끝났다는 마음에 기쁩니다.
맥주만 생각하면서 뛰었어요... 끝나고 맥주 마시자 ㅎㅎㅎ
팀 부스에 오니 격려해주시고 칭찬해주셨어요.
첫 풀인데... 잘 뛴거다. ㅎ
저는 이번 첫 풀코스를 뛰어보며 제가 어느지점에서 퍼지는지... 를 배운 것 같아요.
훈련만이 살 길 같아요. 동마 때에는 조금 더 집중해서 컨디션 조절과 함께 ㅎ 좋은 경험을 해보고 싶어졌어요.
작년...
처음 하프도 못 뛰던 때가 엊그제 같아요.
그리고... 마라톤은 제 인생과는 상관없는 단어라고 생각했어요. ㅎ 그렇지만 때론 이렇게 인생에서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4시간 11분 52초.
오늘 다리는 무겁지만, 마음은 뿌듯한 하루입니다. 그래도 동마 전에 완주경험을 통해 자신감이 +1 은 플러스 되었을거라 믿어요. 28일 남은 동마 때까지 꾸준하게 연습해 보겠습니다!
풀 마라톤!! 꼭 인생에 한 번은 해볼만 한 도전입니다.
포기만 하지 않으면 누구나 달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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