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것은 멋진걸까?
"하루 24시간을 48시간처럼 살고 있어요. "
이 말은 바쁜 일상을 사는것을, 더 충분히 바빠야 한다고, 더 성실해야 멋지다 여기는 것과 같다. 물론 열심히 사는 것을 탓하는 말은 아니다. 일을 할 때 가끔 문서화 해야 하는 작업에서 그런 감정을 많이 느끼는데, 회의실에 놓여지기 위해 읽지도 않을 두꺼운 문서를 만들기 위해 때때로 시간을 쓴다.
미리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미래를 알지 못하는데 미리미리 정해서 문서화 한다는 것이 그 날이 온 시점에도 그만큼 효용이 있을까. 나는 큰 주제는 정하지만, 정말 디테일이 필요한 업무라면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변수에 대해 걱정을 사서하기 보다는 어떤 환경이 주어지더라도 대응할 수 있는 자신을 만드는 데 더욱 집중하는 편이다.
9-6 Nine to six 사무직의 기본 업무시간이다. 중간 휴식시간을 제외한 8시간을 앉아있지만 8시간 전부를 일에 몰입한다고는 할 수 없다. 에너지의 한정이 있기도 하거니와 일반적으로 '잘'해서 빨리 끝을 낼수록 더 많은 일이 주어지고 당연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면 자신이 왜 이 일을 선택했는지, 지금 하는 일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를 잃게 된다.
그래봐야 지구 안이다
이상하게도 나는 가짜 노동에 대한 생각을 하다 문득 아이들에게는 '가짜 공부'가 되고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게 되었다. 아마 내가 학생이었을 때에도 많은 시간들이 '가짜 공부'에 쓰였는지도 모른다. 내가 정의하는 가짜 공부는
시험 점수를 잘 얻기 위해, 이해가 되지 않으면 모조리 외워서라도 시험을 위한 공부를 했던 시간들을 의미한다. 시험이 끝난 후에는 무엇을 외웠는지 조차 잊었던 것들이 많기에... 그렇다고 해서 그것들이 모든 의미를 잃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 안에 남지 못한 공부였던 것은 분명하다. 지식적인 부분보다 남는 것은 감정적인 부분이었다. 그 때의 열정, 간절함 같은.. 그러다 문제가 쉬이 풀리지 않을 때면 짜증이 나기도 했다. 그리고 어려웠던 문제를 풀어냈을 때의 그 짜릿함이란... 아이들의 숙제를 보다 보면, 나도 어려울 때가 있다. 그 때 생각하는 것은 나는 이 기억으로 아이에게 어떤 느낌을 줄 수 있을까. 아마 공부를 해야하는 것의 의미는 공부 자체보다 그것을 이루어내는 인내심에 기반한 것일지도 모른다. 사회에 나오기 전에 마음의 역치를 어디까지 견딜 수 있게 할 것인지를 측정하는 도구 말이다. 당장은 코앞에 놓인 문제지 위의 '문제'를 푸는 것으로 보이지만, 진정 배워야 하는 것은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것이 큰 의미에서의 우리가 공부를 해야하는 이유는 아닐까.
아무리 빨리 간들, 아무리 멀리 간들,
그래봐야 우리는 모두 지구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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