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적이게도,
결국4월 5일,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았다. '양방향 척추내시경' 이라 불리는, 디스크 수술에서는 가장 가벼운 수술이지만, 누구나 이야기 하듯 '허리는 수술하면 안된다.' 라는 말에 지레 겁을 먹기도 했다. 다리 감각이 점점 무디게 느껴지고 힘이빠져가는 것을 모른척하고 싶기도 했다. 마비 증상이 있더라도 35%는 수술없이 감각이 돌아온다고 하기도 했고 증상이 생기고 3개월 이내에 수술하면 대부분 돌아온다는 인터넷의 '-카더라'를 믿고 싶더랬다. 그래서 2-3개월 기다려 보고도 싶었다.
하지만 곧 '아, 이게 '마비'다' 라는 녀석이 찾아왔고, 다리는 생각과는 다르게, 맥없이 풀려버렸다. 넘어지기를 두어번.
의사선생님은 이대로는 안된다 하셨고, 나는 그 길로 수술을 결정했다.
수술 후 100일 간은 재활 기록을 남겨야지.. 했던 게 수술을 받던 3개월 전이다. 오늘은 수술 95일차.
지금 상황은,
다행히 잘 회복하고 있다. 수술 3개월 차.
수술을 받고 일주일 입원 후 퇴원했다. 수술은 2시간 정도 걸렸고 마취가 깨어날 때 추웠던 기억이 난다. 허리에 맞는 척추 마취주사로 마취가 되었는데, 아이 둘을 낳던 순간이 스쳤다. 아이를 낳을 때에도, 디스크를 낳을 때에도, 내 옆에는 항상 기도하는 엄마가 함께해주었다. 일흔이 다 된 엄마에게 마흔이 넘은 딸은 여전히 그녀의 아기었다. 병실에 돌아와 양쪽에 핫팩을 끼고 몽롱한 상태에서 하루를 보냈다. 마라톤을 달리던 내가 환자가 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병원에 입원해서 환자복을 입으니 왜 더 아픈 것처럼 느껴졌던걸까.
장마철이 되면서 날씨에 몸이 먼저 반응한다는 말이 더욱 와닿기도 하고, 눌려있던 신경이 회복하는 과정에서 (라고 믿고싶다.) 옮겨다니는 통증덕에 조금만 아프면 '설마.. 재발?! 인가' 하고 놀라는 것만 빼면 모든 것이 좋다고도 할 수 있다.
두어 달 휴직을 했고, 다시 복직을 한 지 40여일 되었다.
'그래, 이렇게 아이도 둘 낳고, 디스크..도 낳고..?!'
회사에서 쓸 수 있는 휴가(휴직)의 종류 중 가장 쓰고 싶지 않았던 병가를 사유로.
일상은 흐른다.
허리는 하루아침에 나빠지지 않는다. 물론, 하루아침에 좋아지지도 않는다. 내 허리는 임신기간에 30kg이 넘게 찌면서 통증이 왔었고 당시 퇴행이 왔다. 당시 주사 치료 한 번에 다시 아파지지 않았는데, 그 이후 운동을 하고 체중도 되찾고 가벼운 통증외에 병원을 갈만한 통증을 느낀적은 없다. 그러다 올해 다시 아파왔고 6년만에 찾은 병원에서 확인한 것은 디스크 탈출이었다. 왜 이렇게 긴 시간을 참았을까. 견디면 나아질 줄 알았다. 잠시 스쳐가는 요통이거니... 파스 한 장 붙이고 자고 일어나면 낫겠지.. 했었다. 내 몸을 보살피지 못한 것, 내 몸을 몰랐던 게 나의 실수이다. 운동한 지 3-4년 정도 되었는데, 그랬기에 나는 내 기립근이 아주 튼튼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MRI는 다른 해석을 보여주고 있었다. 생각보다 약했다. 아프지 않았더라면 평생 모르고 살았을 나의 근육모양. 이렇게 나에게는 몸을 더욱 챙겨야 하는 선명한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오늘의 한 줄.
디스크 수술, 내 자신과의 약속
게으르지 말자. 관리하자.
달리기는 천천히 늘여가자.
근력운동, 소홀히 하지말자.
일주일에 하루, 채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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