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9. 24
베를린 마라톤 현장
아침 날씨는 살짝 흐린듯 하였으나, 해가 뜨면 금방 더워진다는 걸 알아서였을까요, 다행이다 싶었지요. 이 날도 숙소를 나서자 이미 많은 주자들이 대회장을 향해 가고 있어서 구글맵은 필요치 않았어요. 그렇게 따라가는데.. 숙소에서 브란덴부르크공원까진 3-4km 여서 가볍게 걸어가지.. 하는 마음으로 숙소를 나섰는데요.
음... 지리에 밝지 못하고 처음인데.. 너무 무모했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되었어요. 이런 규모의 대회는 처음이다 보니 Bag-drop이나 다른 부분들도 모두 쉬울 거라 생각을 한 거지요...
일단 대회장을 도착하긴 했는데, 너무 넓어요...여긴어디.... 나는 누구..... 백드롭은 어디지.....
그 때 부터 살짝 멘붕이왔어요. 처음엔 조금 둘러보면 보이겠지.. 싶어 광장을 산책하듯 걷습니다. 대회 시작은 9:15였고, 제가 도착한시간은 8시 즘이였으니... 아주 여유롭다 생각을 한거죠.. 그러다 차근차근 광장을 둘러보는데... 백드롭은 광장에서 한~~~~~참 산 속으로 들어가야 나오는.. 지정된 번호에 따라 블럭을 그 안에서 찾아야 하는....
참가자가 많아서 그런지 역시 시작부터 만만치 않았던거죠... 거기에... 화장실 줄 선 사람들과 백 드롭 하려고 줄 선 사람들과... 뭔가 혼돈의 장소였습니다. 그렇게 어찌어찌.. 백을 맡기고 한참을 걸어나와 그룹 출발선을 향해 갑니다...
시계를 보니 이미 만보를 넘게 걸었어요... ㅠ 몸도 제대로 못 풀었는데....
아... 그리고 또 충격이었던 건.. 예상되다시피 어느대회나 그렇긴 하지만 화장실은 많이 모자랐어요. 그런데....스트레칭을 하려고 다리를 펴고 고개를 숙였는데.... 멀지도 않은 바로 옆 잔디밭 부터.... 뭐라 해야하지..... 정말 동물의 왕국이 펼쳐지는거에요... 사람들이 그냥 개의치 않고... 용변을....
남자들은 심지어... 오픈된 곳에 전용?! 변기가.... -_-;; 하아..
여러분.... 브란덴부르크 광장 9월 마지막 주 잔디밭은.... 들어가지 마세요... ㅋ
베를린 마라톤 후기
아침 9:15분 부터 선수들을 포함 마스터즈 그룹, A-C그룹이 출발을 합니다.
제가 받은 출발시간은 9:50 이었는데요, 거의 10시가 다되어 출발을 하게 되었어요. 그 때까지만 해도... 아침에 조금 무리했다 싶었지만 대회는 수월하겠구나.. 싶었지요. 베를린 마라톤 현장의 분위기는 엄청 뜨거웠어요. 수많은 시민들이 마라톤 주로를 빼곡히 서서 응원을 해주고, 아이들이 하이파이브 하자고 손을 내밀어요. 오케스트라부터 재즈악단, 각 나라사람들이 나와서 응원하는 피리 소리들... 잊을 수 없어요.
너무 귀여워 저도 하이파이브를 했는데요! 아이들 손의 힘이 ^^ 씩씩하더라고요. 덕분에 에너지를 얻고.. 좋은 출발을 해보았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고 있는데...
하프 쯤 뛰었을까... 고관절이 아파요, 조금 참으면서 뛰어보지만,, 멈추고 싶지 않은데 다리가 더이상 움직여지지 않았어요. '안되는데...'
그러자 진행요원이 다가와서 물어요. "괜찮아요?"
"네, 괜찮아요." 라고 했지만 바로 뛰지 못하는 저를 보고는
"잠시 이쪽으로 와봐요."
그러더니 제 팔짱을 끼고 의자에 부축해서 앉혀줍니다. 뭐.. 괜찮다 했지만 앉으라 해서 앉았죠..
"어디에서 왔어요?" "한국이요"
"나이는 어떻게 되죠? 약 알러지는 없어요?"
"나이는 39, 알러지 없어요. 혹시 진통제나 조금 받을 수 있을까요 타이레놀이나.. 이부브로펜 같은거..? 애드빌...머 이런거요?? "
"음.. 기다려봐요. 계속 경기를 이어가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아요" 하더니 레몬에이드를 줍니다. 그리고 어디론가 막 전화를 걸어 독일어로 뭐라뭐라 하시더니... 갑.자.기.
경찰차가 왔어요. '엥.... 이건 또 멍미.... '
경찰이 물어요. "우리가 이 차로 피니쉬라인까지 데려다줄 수 있어요. 아니면 저쪽에 구급차가 있는데, 도로통제구간을 돌아서 가야해서 이 차로 움직여요." "네...???????? 노노노노노노노노노....."
"저는 달릴 수 있어요. 포기는 할 수 없어요."
그러자 진행요원과 경찰이 또 대화를 나눕니다... 그리고 경찰차는 윙크를 날리며 가네요. 윙크는 또 멍미...
하지만 제 팔짱을 낀 진행요원 아주머니가 제 팔을 놓아주지 않아요. 그렇게 물결처럼 흘러가는 사람들을 30분동안 봅니다.. 한 5분즘 봤을 땐.. '아 내가 기록을 바라고 온 건 아니지만... 나도 1분 1초가 급한데.... 약 줄 거 아니면 나 좀 놔주지'
다른 진행요원이 저멀리서 걸어옵니다. "우리가 약은 줄 수 없어. 보고서는 써두었어.."
'왓!!! 약을 줄 수 없음.... 난 여기 그럼 왜..... '
한 ... 30분 정도 흐르니 마음도 평안해지고... 진짜 다리도 괜찮아진 것 같아요.
"저기요... 나 이제 정말 괜찮은 것 같아요. 달릴 수 있어요."
"정말이야? 혹시라도 안좋으면 바로 진행요원에게 알려야해요."
그렇게 몇 번을 얘기하고... 다시 주로에 섭니다.
5킬로도 채 못 가 다시 통증이 왔어요. 그래서 걷다 뛰다를 반복합니다. 그렇게 어찌어찌 대회 피니시라인에는 올 수 있었어요. 기록은 폭망이었지만, 정말 잊지못할 첫 메이저 대회가 되었네요.
Photo-package
그렇게 대회가 마무리되고 대회측에서 보내준 사진을 공유합니다.
그리고 제 사진 입니다 :)
이렇게 대회를 마치고 Bag-drop 찾으러 와보니.. 앞쪽에 무알콜 맥주를 마구마구 나누어줘요.
제가 예상했던 1-2시면 끝나겠지.. 했던 대회는... 택시타고 숙소에 오니 4시였다는... ㅋㅋ
그리고 다음날 베를린 조간신문에 모든 완주자의 이름이 인쇄되어 나오는데요, 저는 기념으로 신문을 사가지고 왔어요. 신문은 메트로 역이나 REWE 같은 주변 수퍼마켓?!에서 구할 수 있었어요, 2유로 정도 했던 것 같아요.
제겐 올해 가장 임팩트있는... 힘들고 아팠던... 경험이었습니다.
곧 JTBC 마라톤이 있는데요, 지금은 부상 회복중이라 어떻게 달려질 지 걱정이지만, 대회 당일까지 최대한 회복해보려고요. ^^ 건강한 달리기를 즐겁게 오래오래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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