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9년차 맞벌이 워킹맘이다. 연애를 몇 개월 하고 결혼을 하고, 내가 나를 잘 알지 못했을 때 내린 결혼이라는 결정이 내 인생을 뒤집어놓을줄은... 결혼 전에는 나는 자유로운 인생을 살았다. 공부를 잘하지 못했어도 운좋게 하고 싶은 일은 할 수 있었고, 가고 싶은 곳도 갈 수 있었다. 여행도, 모험도 좋아하고 호기심도 많은 성격인 탓에 이것 저것 속전속결, 시도도 실패도 많았던 결혼 전 시기를 보냈다.
그렇게 결혼을 하고 처음 느꼈던 현실과의 벽은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못한게 아주 당연시 받아들여졌다는 것이다. 아이를 낳았을 때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은 당연히 아내인 내가 내는 것이 당연했고, 아무리 맞벌이일지라도 엄마라는 몫, 육아의 몫은 여자에게 있는 것 같았다. 결혼을 하며 겪게되는 많은 역할에서 오는 부담감 또한 남편과 아내가 각각 느끼는 몫은 아주 달랐을 것이다. 그것은 지금도 그렇다. 결혼을 유지하는 것이 맞는 건지 많은 고민이 든다. 어떤 결정을 하고나면 뒤도 안돌아보는 내 성격과 다르게 나는 지금 그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우리 엄마는 나와는 다르게 정이 참 많다. 늘.. 내가 먼저라고 이야기해준다.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엄마는 널 응원한다고..
하지만 그러면서도 엄마는 아이들을 위해 결혼생활을 유지하라고 많이 이야기한다. 나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하지, 형식적인 비춰지는 모습의 결혼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 하고 있지만...
누구나 이런 시기를 겪는다고 하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이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누구나 겪어서 나도 겪는것이 괜찮은 것은 아니고, 사람이 각기 다른데 겪어보지 않고 말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논할 수 있을까.
지금은 등원은 남편이, 하원은 내가 담당을 하고 있는데, 나에게 저녁 일정이 있는 날은 친정 엄마가 아이를 돌봐주시고 있는데 엄마가 오는 날이면 난 아이들만 챙겨달라고.. 그것도 힘든것임을 알기에... 그렇게 이야기 하지만 집에 와보면 늘.. 분리수거 통부터 집 청소, 남편이 먹을 밥까지 챙겨두고 간다. 남편은 입맛이 잘 맞지 않는지 음식을 잘 먹지 않아 버려지기 일쑤인데 나는 그런게 싫어 더욱이 아이들 밥까지만 챙겨달라고 했었다.
이 날도 그랬다. 나는 저녁 약속이 있었고 집에가니 엄마는 아이들 먹인다고 김밥을 싸면서 아이아빠꺼까지 다 싸놓고 국을 끓여두었다. 나도 술을 한 잔 하고 들어갔기도 했었고 괜히 접시에 담겨 식탁위에 놓여진 김밥을 보니 화가 났다. 나도 모르게 엄마에게 짜증을 냈다.
"이런 거 하지말라니까! 왜 고생을 하냐고!!"
엄마가 가고.. 샤워를 하며 아이들을 재우고 좀 더 다정하게 말하지 못한 나에게 또 화가 났다. 그리고는 눈물이 났다. 종종 감정 조절이 힘든 날이 있다.
엄마가 싸둔 꼬마김밥에.. 화가 난 건.. 나도 못하는 걸 엄마가 나 대신 하고 있는데에서 오는 나에게 나는 화의 감정과.. 그 정성이 버려지는 것 같아서였을게다. 다음 날 새벽운동을 나오며 그대로 놓여진 김밥 접시를 나는 도시락 통에 담아 나왔다. 그리고 출근해서 나의 아침으로 먹었다.
가슴이 아려왔다. 그냥.. 그런 날이었다.
한.. 1년 가까이 현실에서 내가 무언가인지도 모를 그 무언가로부터.. 내가 회피하고 있는 느낌이다. 서로 가시를 더 건들이기 싫어 더이상 가까이 가지 않고, 지금 우리는 아니 나는 딱 거기까지이다. 시간이 흐른다고 변화할 지는 모르겠다. 내 마음이 다해 이제는 그 마음이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다 놓고 차분히 느껴본다.
무언가 내가 중요한 것을 놓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답을 알면서 도망다니는 것은 정작 내 모습이지는 않은지.. 아직 내 스스로의 정리가 안된것인지... 늘 내 마음은 같은 상태인데 대체 무엇이 두려운건지......
안된다고 하는 게 환경인지, 주변사람들인지, 정작 그런 생각에 묶여있는 나 자신인지...
생각이 많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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