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간다는 것.
어제는 퇴근하고 저녁을 보내는데 문득 둘째 아이가 그랬다.
"엄마, 엄마는 오늘 회사 일이 어땠어요? 회사 재미있었어요? "
"응, 그럼. 우리 말벌이는 어땠어?"
"나도 오늘 어린이집 재미있었어요. 엄마가 너~~무 보고 싶었어요. 오늘은 OO이와 다투지 않았어요."
문득 미소가 지어졌다.
사실 내가 아이를 만나면 항상 엄마는 오늘 말벌이가 너어무 보고싶었어.. 라고 이야기해주자 어느 새 아이도 내 말투를 따라한다. 아이는 놀랍게도 닮아간다.
"엄마, 놀이터에 나가요."
"그럴까?"
첫째 꿀벌이에게 "꿀벌아, 말벌이가 놀이터에 가고 싶대. 꿀벌이도 갈래?"
어느새 초등학교 2학년이 된 꿀벌이는
"아니요, 엄마 다녀오세요. 저는 집에 있을래요."
"알았어."
그렇게 둘째를 데리고 놀이터에 나가는데, 아파트에서 만난 어떤 아저씨에게 아이가 큰 소리로 "안녕하세요오~~" 라고 하자 그 분은 당황을 하시며 웃으면서 아이에게 90도로 인사를 나눠 주셨다. 그 후에 과일가게에 가서도 말벌이는 큰소리로 인사를 했다. 기분좋은 인사를 나누는 아이를 보며 어른들도 함께 웃어주셨고 그 주변에 환하게 밝혀지는 느낌이었다.
가끔 엘리베이터에서 이웃을 만날때, "말벌아, 인사해야지" 하면 부끄럽다며 내 뒤로 숨곤하던 말벌이가 시키지 않으면 기분좋은 날엔 자기가 알아서 인사를 한다.
나도 누가 하라고 하면 안하고 내 의지로 무언가를 하는 게 강한 성향인데, 놀랍게도 아이는 닮고 있었다. 감정은 전염된다고 했던가... 나도 아이를 보며 배운다. 기분좋게 꼭 먼저 인사를 나눠야겠다고...
때로 아이를 키우는 게 버겁다고 느낀적이 있었다. 특히나 회사나 바깥일에서 힘든날일 때면 내가 원하지 않는 모습을 내가 마주치기도 하고 그 뾰족한 날선 감정은 안그러고 싶어도, 아이들에게 드러나곤 했었다. 운동을 시작하고 점점 몸도 마음도 단단해져 가면서 이제는 그런 횟수가 점점 줄어간다. 시간이 너무 소중하게 느껴지곤 한다.
이 모습도 한 번 뿐인 시간인 것을...
운동을 꾸준히 한 지 3년 정도 되어간다. 아이들에게도 내가 전해주고 싶은 습관이지만, 나는 서두르지 않는다. 나도 나이 30이 훌쩍 넘어서야 알게되었는데, 지금의 아이들 나이는 저 때대로 즐거운 것이 있기 마련일 것 같아서..
하지만 이제는 잠들기 전에 아이들이 내게 와서 "엄마 운동가르쳐주세요. 내가 할 수 있는 거는 어떤 동작이에요? 나도 엄마처럼 단단한 배를 갖고 싶어요. 엄마 나 잘 할 수 있죠? 내 안에는 엄마가 있죠?"
"그럼, 꿀벌이 안에는 항상 엄마가 있어. 꿀벌이는 엄마보다 얼마든지 더 잘할 수 있어!"
아이에게 넌 특별하다고, 엄마에겐 정말 소중한 존재라고, 항상 엄마 마음에 1등이라고.. 이야기해준다. 그 씨앗이 아이 마음속에 있으면 내가 바빠 아이들을 잘 챙기지 못할 때에도, 출장으로 멀리 갈 때에도 혹여 나의 부재가 있더라도 아이의 마음안에 안전기지가 자리잡을 거라고 믿는다.
물론 아주 가벼운 동작 몇 개를 하고 나면 "힘들어요. 그만할래요." 하는 날들이 대부분이지만, 자기 전에 스트레칭을 해주며 자연스럽게 스킨십을 하고 눈을 맞추고 짧게라도 종알거리는 시간이 너무 좋다. 하도 종알 종알 해서 결국
"합죽이가 됩시다! 합.죽.이 " 해야 끝이 나곤 하지만, 또 아이들을 재우다 나도 곧잘 잠들어버려 수면시간이 어린이처럼 늘고 있지만, 그럼에도 사랑을 나누고 편안하게 잠드는 지금의 일상이 소중하다는 것을 안다.
회사에 출근하는 길에 하늘이 참 예뻤다.
시간은 무던하게 흐르고 있고, 서두르지 않아도 이렇게 봄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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